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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먹는 조식!


동유럽에서 묵은 호텔에서 제공되는 조식은 거의 다 공장제 식품이고, 과일 몇가지에다가 끽해봐야 찌거나 삶은 요리가 전부다.

한국에서라면 굳이 찾지 않는 음식이지만 현지식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나는 상당히 만족스럽게 먹었다.

중식부터는 현지식을 먹어야 하니 아침은 최대한 든든하게 먹는게 좋다.

고칼로리 악마의 잼 누텔라를 듬뿍 얹었다.


첫날 묵었던 보로네즈 호텔은 가짓수가 많았지만 사실 접시에 담아온 것은 거기나 메이저 호텔이나 똑같다.

호텔 조식은 거진 이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기분 좋으니까 브이를 날려주게써!





호텔 메이저는 7박 9일 일정 중 묵었던 숙소 중에서는 하위 정도의 수준이지만 최악은 아니었다.

꼴찌 바로 앞 정도?


상당히 추웠고, 시설이 꽤나 저렴하면서도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모두투어 동유럽 EEP359상품으로 같이 온 아주머니들은 조식 먹으면서 호텔 불평을 잔뜩 하였고, 투어리더는 한 켠에서 말없이 식사를 했다.

그냥반이 중간에서 괜히 고생하는 것 같아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오늘 비엘리치카(Wieliczka)로 이동한다.

비엘리치카는 소금광산으로 세계 12대 관광지이며, 아래와 같이 1978년 유네스코 최초로 자연 및 문화유산에 선정되었다.





사실 소금광산이라는 것은 상당히 독특하다.

대부분의 경우 염전에서 소금을 얻고 있지만, 이 소금광산의 경우 과거 바다였던 것이 오랜기간 지반 융기 과정을 거쳐 형성된 것으로서 그 존재 자체도 독특하지만 위치도 놀라운 곳에 있다.


 



한적한 시골마을 도로 옆에.





이런 쌩뚱맞은 건물이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광산으로 바로 연결된다!

나무 계단을 따라 쭉쭉쭉 뺑글뺑글 돌아서 내려가면, 본격적으로 갱도로 통하는 문을 만나게 된다.







표를 나눠받고나니 호식이가 눈짓을.

차슈야 가자! 정도로 해석됨.


현지 가이드는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며 소금광산에 대해 설명한다.

패키지로 함께가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대개 50대 이상인데 이분들의 관절을 과대평가 하는 모양이다.

심지어 30대인 우리도 사진 찍으랴 설명 들으랴 짧은 다리로 쫓아다니랴 정신이 없었다.





소금광산은 폴란드의 왕과 권력자들이 소금의 가치를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13세기부터 채굴을 시작하였으며, 

17세기 무렵부터는 채산성이 좋지 않아 채굴량을 줄이고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더이상 채굴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이드는 손전등을 벽에 갖다대며 순도가 높고 좋은 암염일 수록 투명하게 보인다고 설명해주었다.





지하 곳곳에는 이렇게 광산 노동자들이 만들어놓은 공간들이 많다.

예배당이 많고, 사람들의 삶을 보다 개선되도록 도움을 준 왕이나 성인을 위한 기념공간 등으로 꾸며놓았다.

어덜트 말고 세인트.






중앙에는 킹가공주가 서있다.

약혼반지를 건네받는 장면이다.


킹가공주는 헝가리 사람으로, 폴란드에 시집오면서 소금광산을 지참금으로 가져왔다.

그래서 이 곳 사람들에게는 수호신처럼 숭배되고 있다.


킹가공주가 지참금으로 가지고 왔다는 이 소금광산에 대한 전설이 여러가지 있지만, 

그런 전설들이야 포장에 지나지 않는 것이므로 팩트만 포착하면 될 것 같다.






내부는 튼튼한 나무로 지탱하고 있다.

암염의 상당한 무게를 견디기 위해서는 튼튼한 나무라 할지라도 쭉쭉 갈라지므로 일정 기간이 흐르면 교체해주어야 한다.


세월을 넘기며 돌 속에 있는 소금 성분이 나무 겉 표면에도 뭍어나와 마치 소금 기둥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정말 소금인지 혀바닥을 대보는 사람도 있는데, 소금 맛 보다는 먼지맛을 먼저 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저 나무, 이 깊은 곳까지 어떻게 들여왔는지 이 꼬불꾸불한 미로같은 곳까지 어떻게 날라왔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말이 태어나서 얼마 되지 않을 때 사람이 말을 안고 깊은 곳까지 내려와서 이 곳에서 키웠다고 한다.

말은 여기서 자라면서 나무를 옮기는 등 노동을 용이하기 위해 쓰였다.

어두운 곳에서 자라나다보니 시각이 발달하지 못하였고, 대개 눈이 먼채로 일을 하고 죽었다.





광산에 겨들어온 정신나간 꼬마애같지만,

요정이라고 한다.

광산 노동자들은 돌을 이용해 자그마한 요정을 곳곳에 배치해놓았다.

안전을 기원하는 주술적 의미로 만들어 놓은 것이지만, 디자인 면에서도 우수하다.





지하 110m에 위치한 성 킹가 성당이다.

실제로 미사가 열리는 곳이며, 일년에 3회 정도라고 한다.


또한 광산 노동자들의 결혼식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특별한 곳에서의 결혼식이긴 하지만 전혀 부럽지는 않다.


일단 결혼식 장소까지 가는 길이 멀고, 무엇보다 사진이 잘 나오지 않는다.





성당 내부는 유아대학살부터 시작하여 예수의 일대기에 관한 내용이 조각되어 있다.


조각을 자세히 보면 옥의 티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를테면, 

위 사진에 나귀의 발을 자세히 보면 네발 달린 짐승은 걸을 때 발을 엇갈리게 걷는데 이 장면에서는 나귀가 절대 서있을 수 없는 자세로 서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샹들리에는 소금으로 만든 것이다.

크리스탈에 비해 쨍!한 맛은 없지만 반면 은은하게 아름답다.


이 샹들리에 컷은 호식이가 바닥에 누워 찍은 것이다!






원래 이 킹가 성당은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Jozef Markowski가 광산 노동을 하며 틈틈히 조각하던 것을 발견하고는 조각을 전담하게 되었고 그가 죽은 후 동생 토마스가 이어받아 예수의 일대기를 조각하게 되었다.

또 그가 죽은 후에는 Wyrodek이라는 사람이 예술적 감각을 살려 최후의 만찬 등 작품을 완성했다.

비로덱이 만든 최후의 만찬은 원근법이 사용되었으며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들은 성당을 아름답게 완성한 공로로 석판에 이름을 새길 수 있었는데 

남은 한 자리는 후대에 이 소금광산 조각 부문에 있어서 가장 큰 공을 세우는 사람을 위해 남겨놓았다고 한다.

물론 내정자는 있다.


폴란드 출신인 교황 요한 바오로2세의 석상을 조각한!

이름은 까먹었다;;





내려갈 땐 뺑뺑돌아 걸어내려갔지만 올라올땐 2단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온다.

엘리베이터가 2단 구조로 되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을 이동시키기에 효과적이다.





비엘리치카 내부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별다른건 아니고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나타내는 스티커 한 장 사서 붙이면 된다.


동반으로 입장했다면 1명만 구입하면 된다.


물론 마음에 좀 걸리겠지만 그냥 들어가서 사진을 마구 찍어대도 누가 뭐라고 하진 않는다.

다만,

정복 차림으로 곳곳에 앉아있는 관리자들의 시선이 따가울수는 있다.





소금광산 내부에도 곳곳에 기념품점이 있지만 가격과 상품은 모두 동일하다.

무겁고 거추장스럽게 들고다닐 것 없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바로 있는 기념품점에서 구입하면 된다.

외부 가판대에서 물건을 구입하지 않도록 주의!


우리는 선물용으로 배쓰솔트와 비누와 바디클렌저를 구입했다.

효능은 모두 똑같고 향만 다르기때문에 그냥 원하는 향만 선택하면 된다.

목욕물에 타서 쓰면 피부다 보들보들하고 보송해진다.


꼬기 구워먹을 때 뿌려먹을 바질과 어니언 솔트도 구입했다.

집에와서 꽃등심에 뿌려먹어보니 우리나라 시판 소금과 달리 짠맛이 강하지 않아서 좋았다.





중식도 먹을 겸 어차피 슬로바키아로 이동해야하니 타트라 산맥 기슭에 있는 동유럽의 알프스, 자코파네(Zakopane)로 이동한다.

자코파네는 겨울 스포츠로 유명한 폴란드의 휴양도시이며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2번이나 개최한 이력이 있다.








이동 중간에는 심심치 않게 목초지에서 소나 양이 한가롭게 풀 뜯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도 요즘 이렇게 가축을 키우는 곳이 많지 않은데 외국와서 이런 풍경을 보니 옛날 시골살던 생각도 나고 

아... 너무 조으다

여기 살고싶뜨아!!!!

 




차에서는 틈틈히 자야한다.

나는 여길 또 언제오겠냐는 심정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봤지만 

가끔 이렇게 자고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보면 그냥 정신을 놨던 것 같다.





오늘 얌냠은 생선튀김과 으깬감자.

딱히 뭐 특별한 명칭이 있는건 아니다.

특별히 짠 것 외에는 특별한 점이 없다.


현지식은 뭐... 식용이 아니라 관상용.





배고픔은 지비에츠로 이겨내자!







애플파이는 후식으로 제공되지만 뻑뻑하고 맛이 없다.

룽고는 개별구입 해야 하는데 꽤 먹을만 하다.


간단히 죽지 않을 만큼 요기하고나면 자유시간을 준다.

우리는 인근에서 자코파네 명물인 오지즈덱 치즈를 구입하기 위해 서성댔지만 찾을 수 없었다.


출발 임박해서야 시내 초입 노점상에서 팔고 있다는 정보를 얻어서 아쉬웠지만

결정적으로 그 치즈를 한국으로 반입할 수 없다는 말을 함께 들어서 아쉬움은 완전 떨쳤다.

치즈 크기가 팔뚝만하기때문에 일정중에 도저히 다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소 일찍 도착해서 버스에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알고보니 우선 식당 앞으로 모이기로 했던 것.

식당 앞에서 10분이나 우릴 기다렸다고 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진 찍는데 정신 팔려서 투어리더의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던 것이다.

반성.


우리는 슬로바키아 타트라 국립공원 인근에 위치한 숙소로 이동했다.





폴란드에서 작은 개천 하나를 건너면 바로 슬로바키아이다.

국경을 통과하는데 과거와 같이 여권을 검사하고 차에서 내리고 그러는 불편점은 없어서 좋지만

출입국 도장을 빵빵 찍어주는 재미가 쏠쏠한데... 그게 없어서 다소 아쉬웠다.





호텔 도착.

피곤함에 쩔어있다.


옷을 보면 알겠지만 슬로바키아는 이번 동유럽 여행 일정 중에서 최고로 추웠다.

기모 후드에 구스다운을 입고도 '아 좀 춥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숙소 가보니 시설이 가장... 최악이었다.

동유럽 EEP359상품에서 묵은 호텔중에서도 최악이었지만 어느 시골 여관방도 이보다 나쁘진 않을 것이다.


커튼이 아닌 블라인드가 설치 되어 있어서 찬공기를 막아주지 못했으며

실내에 있는 난방기는 가동이 안되었고

침구와 침대는 낡았으며

뒤에 자그마하게 보이는 천장에 달려있는 것이 바로...TV인데, 지직거리며 나오지 않는다.

 

테라스가 있어서 눈 덮인 타트라 국립공원을 볼 수 있다는 장점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볼 것 없는 후지고 구린 호텔이다.






그래도 이왕 하룻밤 묵는건데 신나게 지내보자.

먹을 수 없는 현지식 저녁은 눈으로만 보고 밖으로 출똥!





버스 정류장에서 삼각대 세워놓고 버스 기다리는 척, 설정.

분위기타는 척 하며 여러장을 찍었지만 다 망했다.

건질게 하나도 없었다.





을씨년스러운 시내로 가서 외국인 놀이.

한국에서 감기 달고 왔는데 밖에서 더 있다간 구급차 불러야 될 것 같아서 다시 호텔로 들어갔다.


아 춥다...

비도 추적추적;; 


아.... 배도 너무 고프다.


이 호텔도 방에 전기포트가 없다.

오늘도 컵라면에 김치는 불가능한건가 싶었는데 

다행히 일행 중에 한분께서 전기포트를 가져오셨다며 빌려주시겠다고 하여 감격스럽게 컵라면 완뽕했다.


사진에 보이는 맥주는 타트라.

독특한 지면광고로 유명한데 자코파네에서 2가지 종류를 사왔다.

검은색과 노란색인데 나는 밖에서 너무 떨었기때문에 혹시 맥주까지 마시면 컨디션 조절을 못할 것 같아서 마시지 않았다.





배부르다.

여행와서 처음으로 입맛에 맞게 배부르게 먹었다.


배 부르니 이 시점에서 생각나는건 여행 일정표를 포함해서 내가 거금을 들여 제대로 계약한대로 잘 누리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솔직히 이 호텔에 묵는 순간 낚여다는 생각이 든다.

상당히 짜증나고 불안감이 엄습해오겠지만 이보다 최악은 없다.


기념품 한두개씩 사모으며 마음풀고 일찍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