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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블랙신컵을 생라면으로 뜯어먹고 잤더니 얼굴이 퉁퉁 불어 있었다.
조식 먹으러 가야하는데 몸을 일으키는데 15분, 눈이 부어 렌즈 끼우는데 15분, 샤워하는데 온수 수온 맞추느라 또 지체...
동유럽 와서 이렇게 일어나기 힘겨웠던때가 없었다.
내 몸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동안 호식이는 오늘이 마지막 동유럽 여행이라는 생각에 아쉬운지 창밖을 내다보며 지나가는 차 꽁무니를 따라다녔다.
하긴 호텔 나올때 나도 괜스레 아쉽더라만, 그래도 해물탕이 있는 한국이 그리웠다!
오늘은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일정인데, 거진 도보로 이동하는 코스이다.
왼쪽 하단에 주황색 풍선 있는 광장에서부터 사진 중앙부의 성 비투스 대성당까지의 코스로 어린아이들과 함께 와도 충분히 걸으면서 관람할 수 있는 거리이다.
첫번째 일정은 제 2광장에서부터 시작된다.
바로크식 분수가 있는 곳으로 성 십자가 예배당 뒤쪽으로 보이는 건물이 대통령 관저이다.
입구에 국기가 걸려 있으면 대통령이 있다는 의미이다.
성 십자가 예배당 안에는 대관식에 쓰인 십자가와 유물함, 성배 등을 전시하고 있다.
도보로 이동하면 흐라트차니 광장(Hradčanské náměstí)이 나온다.
프라하 성을 관광할 때 보통 이곳에서부터 시작한다.
광장에서 프라하성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우측 건물(슈바르첸베르크 궁전, Schwarzenberský palác,) 모퉁이에 동상이 하나 서있는데 체코의 민주주의를 이끈 초대 대통령인 토마슈 가리구에 마사리크이다.
왼쪽 건물은 슈테른베르크 궁전(Šternberský palác)인데 국립미술관으로 사용중이다.
프라하성에서는 구시가지 광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 카를교에서의 야경도 멋지지만 이렇게 내려다보는 것도 역시 베스트 뷰다.
이른 아침인데 마치 석양지듯 묘한 풍경이다.
광장은 원활한 배수를 위해 넓직한 돌을 이용해 조성되어 있다.
마치 경복궁에 박석이 깔려있듯 말이다.
흐라트차니 광장 한켠에는 거리의 악사들이 공연을 하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본인들의 앨범도 있었다.
부르노 음악예술대를 졸업했고, 올해로 23년째라고 한다.
세월에 묵은 주자들이라 하지만, 본인들의 연주에만 집중하고 쇼맨십이라던가 아이컨택은 전혀 없었다.
무뚝뚝한 동유럽인들의 전형이다.
광장에는 대주교의 궁전(Arcibiskupský palác)도 있다.
16세기에 지어진 것으로서 가운데에는 카톨릭을 상징하는 문장이 있고, 양 옆으로 밧줄 모양이 있는데 총 3단으로 이루어졌으므로 대주교의 집을 나타내는 것이다.
예전에 하인들이 다른 집에 심부름을 갈 때 이 문장을 보고 누구의 집인지 가늠했다고 한다.
프라하성의 정문에는 칼과 몽둥이를 들고 있는 거인상이 조각되어 있다.
합스부르크가 슬라브족을 지배하며 핍박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하는데,
21세기인 지금..그저 보는 것 만으로도 위협이 되니 당시에는 어땠을지 짐작이 된다.
하루에 한번정도는 아잉폰으로 찍고 부모님들께 전송.
정문에는 근위병이 24시간 보초를 서고 있는데, 매 시 정각에 근위병 교대식이 거행된다.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을 본 사람이라면, 프라하성 근위병 교대식은 너무나 조촐하여 허탈할 정도인데
정오 교대식때는 군악대까지 합세하는 화려한 교대식이 진행된다고 하니 궁금하면 시간 맞춰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근위병들은 위엄을 지키기 위해서 웃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은채 무표정하게 있는다.
그래도 예쁜 여성들이 옆에서 사진을 찍을때면 알듯모를듯하게 웃는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때는 절대 웃지 않았다;;
약 1~2분 남짓 근위병 교대식을 보고나면 바로 성 비투스 대성당(Katedrála svatého Víta)으로 이동한다.
11세기에 바츨라프가 지은 교회 건물이 성 비투스 대성당의 원형이며, 이후에 카를 4세의 명령으로 건축을 시작했고, 600년에 걸쳐 지어졌다.
르네상스 양식부터 바로크, 신고딕 양식의 백미이다.
입구 청동문에는 바츨라프 대왕의 일대기를 묘사한 부조가 있다.
건물 벽면이 때가 탄 듯, 불에 그을린듯 하지만 사암으로 지어진 건물로서 세월이 흐름에 따라 더욱 견고해지며 색깔도 더욱 진해진다.
성 비투스 성당은 비오는 날 오면 장관이다.
벽면 난간을 자세히 보면 조각상이 있는데 일종의 배수구 역할을 하는 것으로서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입으로 물을 뿜는다.
대성당 안에 들어서면 그 규모보다도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뿜어내는 빛들에 취해 쓰러질 지경이다.
보헤미아의 기술을 이용한 것인데 화려함도 볼거리지만, 모두 성서의 내용을 담은 것이니 하나하나 보는 재미도 있다.
스테인드글라스 중 최고는 정문 바로 위에 있는 장미의 창인데 지름 10.5m로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성 비투스 대성당을 나오면 제3광장이 나온다.
창외 투척사건이 일어난 구왕궁을 볼 수 있다.
구왕궁은 왕자들의 거처로 사용된 곳으로 지금은 일부만 공개되어 있다.
다시 버스를 타고 프라하 중앙역으로 이동한다.
유럽 배낭여행객들이 반드시 한번은 거친다는 곳이다.
우리가 열차를 탈 것은 아니지만 바츨라프 광장이 약 5분거리에 있으니 이곳에서 내려 도보로 이동했다.
바츨라프 광장(Václavské náměstí)은 보시다시피 광화문처럼 구성되어 있다.
중세 말에는 시장이 들어섰던 곳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넓직한 광장 옆으로 도로에 차가 다니고 있고, 호텔과 상점등이 줄지어 형성되어 있는 번화가이다.
1969년 프라하의 봄과 1989년 벨벳혁명을 함께한 역사적인 곳이다.
네오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은 국립박물관은 3개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체코에서 가장 많은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 도서관이 있고, 그 위에는 고고학관, 맨 윗층인 3층에는 자연사 박물관이 있다.
지금은 리모델링 중으로 내부를 볼 수 없지만 2015년 쯤에는 재개관한다고 한다.
국립박물관 앞에 있는 동상은 성 바츨라프 기마상으로 바츨라프는 기독교를 전파하고 국가를 건실하게 통치한 체코 수호성인으로 추앙된다고 한다.
바츨라프 광장에는 바츨라프 동상 앞에서 분신자살한 3명의 학생을 기억하는 기념비 주변에는 벤치가 놓여있다.
프라하의 봄을 기억하며 잠시 쉬어가보자.
광장 옆으로는 택시들이 줄기어 있다.
유대인 지구까지 일직선이니 경험삼아 택시를 타고 이동해봐도 좋을 것 같다.
바츨라프 광장에는 맥도널드, KFC 등 프랜차이즈가 많이 들어와있다.
배가 고파서 기웃거리고 싶었으나 가이드를 따라 인근에 있는 면세점으로 이동했다.
이동 중에 견인 장면을 목격했는데 우리나라처럼 끌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위에서 달랑 들어올리는 방식으로 견인하였다.
차에 기스났다며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비양심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면세점에 들어가보니 역시나 살만한 것이 없었다.
어차피 이곳에서 30분~1시간 정도는 시간을 끌테니, 배도 고프고... 20분 정도는 몰래 나와서 주변을 배회해도 되겠다 싶었다.
아까 바츨라프 광장에서 봐두었던 핏자 가게로 갔다.
코스트코 핏자 크기, 한 조각에 30코룬!
2조각을 달라고 하고 5유로를 내밀자 직원이 황당하다는 듯 손사레를 쳤다.
아니 니네 광고판에 30코룬이라고 써있지 않았냐, 도대체 얼마냐고 하니 조각 당 3.5유로라고 한다.
그럼 광고판에 있는 저거는 뭐냐고 하니까 구석에서 핏자 한조각을 내미는데 다른 핏자에 비해 내용물이 상당히 부실한 것을 두조각 내어주고는 거스름돈을 주었다.
핏자 한조각=30코룬이 아니라 30코룬 값밖에 못하는 핏자가 따로 있는 것이었다.
애꿎게 핏자 이름을 대며 그거 하나 이거하나 2개 달라고 했으니;;
직원이 생각하기에는 대체 얘는 뭘 달라는거냐며 황당할 수도 있었겠다 싶다.
어딜가나 광고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호식이는 뭐 이리 질기냐며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당연히 배에 기생충을 키우고 있으므로 먹깨미 모드로 먹는다.
핏자가게 직원과 실갱이를 하고 느리적 거리며 면세점으로 되돌아와도 여전히 가이드는 그곳에 있었다.
사람들이 배고프고 다리아파 널부러져 있어도 가이드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일정 시간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 일정 금액 이상 매출을 올려야 하는 것인지 기준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면세점에서 40분 정도 되면 밥을 먹으러 이동한다.
오늘 점심은 베프조바 제브리카 정식.
어린돼지 등갈비 정식이라서 사실 아웃백 백립같은 것을 기대했지만 조리법이나 소스로는 비린내를 잡지 못해서 쉽게 먹기 어렵다.
오늘도 역시 나는 감자와 필스너우르겔 생맥주로 점심을 때웠다.
동유럽에 오기 전, 집에서부터 나는 길거리 간식타령을 했다.
동유럽에 가면 길거리에서 이런것들을 파는데 이거 꼭 먹어보자며 호식이에게 강요했으나, 막상 길거리에는 별다른 간식이 없었다.
우리나라처럼 포장마차가 늘어서 있는 그런 모습을 상상했는데,
실상은 어느 구석탱이에 쳐박혀있기 일쑤여서 길거이에서 간식이란걸 사먹기는 매우 어려웠다.
생맥주 한잔 반이면 백주대낮에 이짓도 할 수 있다.
취해서 얼굴이 빨개져서 모자를 뒤집어 썼다.
식사 후에는 어제 밤에 갔던 구시가 광장에 다시 간다.
딱히 새로운 어떤 볼거리가 있어서는 아니고, 쇼핑 겸... 시간때우기 겸 그렇다.
나와 호식이는 우선 트레들로(Trdlo)를 사러 갔다.
케초식 핫도그 같은 것인데 반죽을 기다란 봉에 돌려감고 불에 올려서 돌려굽는 빵이다.
빵이 다 익으면 겉에 설탕을 뿌려 주는데 따뜻할 때 먹으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여 상당히 맛있는데,
한바퀴, 두바퀴... 세바퀴째 먹을 때 질기고 질려서 더 먹을 수 없다는게 함정;;
구시가 광장에 도착하면 한시간 남짓 자유시간을 준다.
우리는 남은 돈으로 기념품 몇개 사려고 광장 한바퀴를 돌았지만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친구 부부는 아이 교육용으로 쌈직한 마리오네트 인형을 샀다길래
우리도 나중에 아이 낳고 키울때 쯤이면 하나 정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마리오네트 인형을 사러다녔는데,
싼게 500유로 정도였다.
하벨시장에 가면 쌈직한 것도 많을텐데 도저히 다녀올 수 없는 거리였다.
마리오네트 인형은 포기다.
카를교 밑에 마리오네트 체험공방이 있다고 하니, 궁금하면 들러봐도 좋을 것 같다.
체험비용은 6만원.
하벨시장에 있는 웬만한 인형값과 비슷하다.
골목을 빠져나와 다시 반대편 골목으로 들어갔다.
태어난지 100일도 안된 조카지만 어차피 자랄테니 Manufaktura에서 목각인형을 하나 샀다.
줄을 잡아 끌면 실로폰을 치는 귀욤직한 생쥐인형이다.
280코룬, 약 16800원 정도!
구글에 Melantrichova 17, 110 00, Praha 1-Staré Město로 검색하면 매장 위치 나오니 구경삼아 들러봐도 좋을 듯 싶다.
카페인도 부족하고, 다리고 아프고, 환전에 도움 안되는 코룬도 소진하고, 화장실도 가야겠어서 광장에 있는 스타벅스에 갔다.
코룬을 박박 긁어모으고 유로를 조금 보태니 아메리카노와 얼그레이를 주문할 수 있었다.
음료를 마시면서 생각해보니, 아까 지나온 길에 초코렛 가게가 있는 듯 했다.
시간이나 때우자 싶어서 다시 들어가 보았다.
Viva Praha(http://vivapraha.viva4you.com/en/index.php)라는 곳인데 사탕과 초콜렛 등을 모두 직접 만들고 있었다.
비바프라하에서는 상당히 많은 종류를 만들어내고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맛있어보이는 말린 과일에 초코렛을 뭍힌것과 아래 사진과 비슷한 수제사탕, 땅콩버터를 바른 초코렛을 샀다.
선물용으로도 두개 더 구매했다.
사진은 홈페이지에서 가져왔다.
비행기 시간은 꽤 남았지만 공항으로 바로 이동한다.
수화물 부친 다음에는 역시나 자유시간이다.
700유로 정도를 환전했는데, 거의 200유로가 남았다.
사면 얼마든 살 수 있었겠지만, 딱히 살만한 것이 없었다.
간식도 부족함 없이 먹었고 심지어 호텔팁 포함해서 190유로를 팁으로 냈는데도 200유로가 남았다.
공항에서 호식이 화장품부터 구매했다.
비오템옴므 T-PUR 3종세트.
그래도 70유로 정도이다.
그래서 사고싶었던 겔랑의 La Petite Robe Noir를 질렀다.
한국어로 하면 블랙미니드레스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어감에서 느껴지는 것 처럼 밝고 가볍고 심플하면서고 멋스럽고 섹시한,
20대 후반의 여성들이 갖는 특성을 잘 표현한 향수이다.
한국에서 샀다면 18만원 정도에 구매했겠지만, 공항에서는 약 10만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남은 유로와 코룬 등을 합해서 공항 면세점에 입점된 Manufaktura에서 목욕용품을 샀고,
그래도 남은 10유로는 올케 선물용 페레로로쉐를 구매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남은 5코룬은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들고와 저금통에 넣었다.
처음 신혼여행을 계획했을때는 따뜻한 동남아도 생각했고, 탐험정신 발휘하는 서호주도 생각했고, 가까운 일본 온천여행도 생각했다.
차를 렌트해서 다닐 생각도 했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마음을 바꿔 동유럽 패키지 상품을 선택하였고,
사실 장거리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고, 동유럽을 돌아다니는 와중에도 때론 불만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한 달 정도 지나고 보니 참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혼여행으로 동유럽을 선택하기 참 잘했다.
우리가 선택했던 모두투어 EEP359 동유럽 패키지 상품은 실속상품이긴 했지만, 여행의 내용적 측면에서는 품격이나 고품격과 비등하거나 어떤 점에서는 더 알찼다.
또한 숙소도 전반적으로 평균 이상이었다.
유럽의 3등급 혹은 4등급 호텔을 이용하였는데, 모두투어측에서는 우리나라 모텔정도 생각하면 된다고 하였지만
시설의 깔끔한 정도는 롯데호텔 딜럭스룸 정도와 같다고 보면 된다.
가성비로 보자면 오히려 더 낫다.
물론 다음에 갈때는 패키지로는 가지 않겠지만,
처음에는 우리가 다녀왔던 식으로 10일 정도의 패키지 일정으로 몇개국을 다녀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이를테면 전반적으로 개관하는 셈이다.
몇개국을 훑어본 후에 마음에 들었던 곳에 한번 더 자세히 다녀오는 것이다.
우리는 다음에 오스트리아에 한번 더 다녀오기로 했다.
그때는 정장도 챙겨가서 오케스트라 연주도 들어보자며!
한국에 오자마자 일상에 적응했다.
와이파이나 3G가 조금만 느려터져도 짜증이 나고, 음식에 간이 안맞으면 대접을 엎어버리고 싶다.
유럽의 답답한 데이터 속도와 소금국은 이미 기억에서 희석되었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와 멋진 프라하의 야경, 빈의 우아함만이 남아있다.
시간이 흐르고보니 우리의 여행이 더 아름다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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