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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여행 5일차.
여전히 팁을 주는 것이 익숙치 않다.
호텔 팁은 고작 1유로.. 우리 돈 1,400원일지라도 대체 왜 돈을 남겨놓고 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전혀 모르겠다.
그 사람들은 급여를 받지 않나?
오직 유일한 수입원이 팁인건가?
머리속엔 이런 생각들로 가득 차있으면서도 그냥 매번 가이드가 시키는대로 1유로를 놓고 가게 된다.
또 그냥 덜렁 돈만 놓고 가기엔 인간미가 없어보여 꼭 고맙다는 말 한마디 써놓게 된다.
성격 하고는;;
오늘은 오스트리아 빈(Wien)으로 간다.
예보 상, 오스트리아 날씨는 크게 춥지는 않다지만 헝가리의 아침은 다소 쌀쌀한 편이라 일단 충분히 껴입고 시작한다.
아, 그러고보니 Holiday Inn BUDAOR.
여기 호텔도 좋았지만, 조식도 상당히 좋았다.
얼추 한국 빕스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빵 종류만 해도 10가지가 넘어서 따로 코너가 있을 정도였다.
모처럼 아침 표정이 좋다.
먹고 죽은 귀신이 왜 때깔 좋은지 알겠다.
첫번째 휴게소에 들렀다.
인근에 풍력발전기가 상당히 많다.
이동하는 내내 계속 풍력발전기를 보면서 지나왔던 것 같다.
시댁 다녀오는 길에도 풍력발전기가 있는데 그거는 산 중턱에 어중간하게 서너개 남짓 서있어서 마치 전시행정용인 듯 보였는데 이 곳 풍력발전기는 다른 의미로 느껴졌다.
자연스러웠고, 자연친화적이었고, 현실적이었다.
호식이는 오늘도 풍경 사진을 많이 찍는다.
사실 찍어놓은 결과물을 보면 풍경보다는 인물사진을 훨씬 더 잘 찍는데,
풍경사진에 투하하는 노력에 비하면 인물사진은 정말 별거 아니라는 듯 툭 찍지만 결과물은 감탄이 나올 정도이다.
휴게소 안에 들어가니 익히 보던 브랜드가 보인다.
마르쉐;;
한국에서 돈 많은 사장님이 할 일 없어 만들어낸 회사인 줄 알았는데
유럽에 와보니 휴게소 안에 마치 김밥천국처럼 흔하게 들어와있다.
우리나라 보다 훨씬 더 저렴했고, 분위기도 상당히 캐쥬얼했다.
아침은 충분히 먹었으니 커피랑 레드불 사서 나오려는데, 아.... 화장실!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하는데 문 앞에 지하철 개찰구 같은 장치가 있었다.
말로만 듣던 유료 화장실!!!!!
헝가리 돈으로 100포린트다.
그러니까 약 500원 정도.
유로를 넣으려면 50센트;; 700원 가량.
50센트를 기계에 넣으면 티켓이 나오는데 이 티켓을 기계에 넣으면 개찰구가 스르륵 돌아가면서 입장하는 시스템이다.
화장실은 유료답게 박테리아도 죽을 정도로 상당히 깨끗하다.
나는 처음 겪은 이 유료 화장실이 너무나 신기했다.
흑사병을 겪은 그들이기에 화장실 청결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고
또 같은 맥락에서 유료화장실이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일테지만
이제는 나같은 외국인들에게 작은 재미까지 느끼게 해주니 과거야 어쨌든 현재는 상당히 괜찮은 아이템인 듯 싶다.
물론 이건 처음 생각이고.
자꾸 화장실 갈 때 돈 내라고 그러니 짜증이 나써여!!!
날씨도 좋고 호식이에게 귀여운 표정을 주문했더니 소주 한 잔 마신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역시 귀염~
호식이와 나는 사진찍는 느낌이 서로 다르다.
카메라 제조사도 다르고, 기종의 차이도 있지만 호식이는 진득한 사진을 좋아하는 반면 나는 밝고 쨍!한 사진을 좋아한다.
위에 사진이 호식이가 찍은 것이고 아래 사진이 내가 찍은 것이다.
서로 사진찍은 것을 보면 누가 찍은 것인지 확연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스타일이 다른데
근래들어 찍은 것을 보면 스타일이 많이 섞여있다.
모르는 새에 서로 영향을 받는 모양이다.
고속도로를 한참 달리고 있는데 투어리더가 본인도 황당하다는 듯한 말투로 '이제 헝가리와 오스트리아의 국경 넘으십니다'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톨게이트 같은 지붕짝을 넘어서면서 그냥.... 국경을 통과한 것이다.
마치 이정표에 '여기서부터 충청북도'라고 써있는 것 처럼 국경 넘는 것이 그냥 사소하다.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했다.
헝가리에서도 궁금했던 것인데,
트램 철로에 만약 이물질 같은 것이 끼이면 운행이 잘 될 수 있나 하는 것이다.
비둘기도 많던데;;
나중에 본 것이지만 옆에 차도 달리고 트램도 달리는데 청소부 아저씨가 트램 선로를 청소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아찔해 보이겠지만 이곳에서는 차들이 규정속도를 준수해가며 교통질서를 확실히 지키며 달리고 있기 때문에 그저 자기 할일을 하고 있구나 싶은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통행량도 많지 않았다. 한적한 소도시 수준이었다.
그러고보니 유럽은 참 교통질서를 잘 지킨다.
1차선은 추월차선이기 때문에 마치 자기 차선인양 점유하면서 달리지 않는다.
뒤에 차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것 같으면 2차선으로 얼른 차를 빼준다.
지옥같은 우리나라 도로를 보다가 유럽에 와보니 정말, 부끄러웠다.
오스트리아에서의 첫번째 일정은 쇤브룬(Schönbrunn) 궁전이다.
쇤브룬 궁전은 글자 그대로 아름다운 분수가 있는 궁전으로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궁전으로 사용되었다.
마리아 테레지아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지냈다고 한다.
상당히 우아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베르사이유 궁전을 보고 지었다고 하는데 궁전과 정원의 배치가 서로 반대라는 점도 독특하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쇤브룬 궁전은 데칼코마니 처럼 정 중앙을 기준으로 완벽히 대칭 구도를 이룬다.
심지어 연말을 장식할 크리스마스 트리 또한 아주 위트있게 정 가운데 배치하고 있다.
문화적 우월주의자는 아니지만 이건 그냥, 깔끔하게 정돈된 레고 느낌이다.
우중충하더니 정문 너머로 서서히 하늘이 맑아온다.
본격적으로 사진찍을 때가 다가오니 좋은 배경에 찍으라고 그러나보다.
참 신통방통한 하늘이다.
궁전 내부에서는 자그마한 한국어 통역기를 지급한다.
이동하는 방의 번호를 스크린에 터치한 후 귀에 대면 한국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그런데 다른 외국인 단체에게는 통역기를 지급하지 않고 가이드가 큰 소리로 설명하고 있었다.
뭔가 불공평하면서도 당혹스러웠다.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다.
하지 말란데는 다 이유가 있고, 하지 말란 짓은 안하는게 도리이다.
얼마전에 경복궁 나들이를 했을 때 중국인 관광객이 대청 위에 신발 신고 올라가서 벌러덩 드러누운 꼴을 보고 눈치를 주었으나 그들 특유의 안면몰수 전법에 당한 것을 생각하면 나 역시 다른 나라 와서 하지 말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나저나 중국인 관광객은 유럽와서도 역시나 큰소리로 떠들기 일쑤였다.
궁전 내부에는 1,400개가 넘는 방이 있는데 그 중 45개를 공개하고 있으며 우리는 공개된 방 중에 절반 정도를 투어했다.
유명한 거울의 방은 정말 커다랗고 화려한 거울이 방을 도배하고 있었으며,
황제의 방은 예상과는 달리 상당히 단촐하고 소박한 느낌마저 들었다.
궁전은 전반적으로 고급스럽고 우아했다.
반면 지나치게 비싸보이고 그들만의 세상처럼 보였다.
내부 투어를 마치고 나오는 길목에 있는 기념품점에서 커피잔 세트 두개와 모차르트 쿠겔른 초콜렛을 샀다.
궁전을 나와 반대편으로 돌아가니 끝이 보이지 않는 정원이 펼쳐졌다.
좌측 끝이 어딘지 대략 지잠을 하면 또 그만큼의 우측이 있었다.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정원은 다양한 수목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상당히 잘 관리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으며,
반면, 예쁘지만 상당히 인공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궁전 뒷편에 보이는 언덕 아래에는 분수가 있고, 그 언덕길 위에는 글로리테라는 그리스 신전 같이 보이는 건물이 있다.
패키지 상품으로 갔다면 허락된 시간 내에 절대 다녀올 수 없는 거리에 있다.
처음 도착했을때는 날이 아주 흐리더니 역시나 쨍!하다.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와는 달리 호식이는 다니는 내내 미소를 멈추지 못했다.
좋다, 캬하, 여기다, 우아 등등 감탄을 연발했고 여기서 살고싶다는 말도 수없이 했다.
궁전 왼편으로 난 길목에는 나와 호식이를 닮은 석상이 있었다.
나는 장난치는 모습이 닮았다는 의미였는데, 호식이는 포통포통한 모습이 닮았다고 했...다...........
거름으로 쓸 생각인지 낙엽도 참 예쁘게도 모아놨다.
그러고보니 한국에서 낙엽지는 것을 보지 못한 것 같다.
아쉬운 김에 낙엽 더미 위에 올라가서 바스락바스락 밟아봤다.
음~ 가을여자.
궁전 투어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했다.
장소는 한국음식점 '이가'
원해 애초에 여행상품에는 한식이 한번 정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현지 와서 별도로 나누어준 투어 일정표를 보니 한식이 상당히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호식이는 외국와서 입맛에 맞던 안맞던 현지식을 먹어봐야지 웬 한식이냐며 싫어했지만, 나로서는 아주 반가운 일이다.
어제에 이어 이틀 연속 한식이라니 아주 땡큐다.
오늘 메뉴는 된장찌개.
뚝배기에 나온 된장찌개는 아니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된장찌개에 꽁치만한 멸치가 들어가있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반찬은 어제 아리랑 식당에 비하면 간이 적절했다.
반찬도 충분히 더 먹을 수 있도록 했으나, 밥은 추가금을 내야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보다 밥을 조금 빨리 먹고 주변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아까 쇤브룬 궁전에서 사온 모차르트 쿠겔른을 먹어보니 적당히 맛이 있었다.
두개밖에 사오지 않았던 터라 다소 아쉬웠는데,
점심 식사를 했던 식당 대각선으로 보이는 초콜릿 상점에서 모차르트 쿠겔른을 비롯한 다양한 초콜릿과 사탕을 팔고 있었다.
가격은 2개들이 작은 상자 하나에 1.5유로.
아까와 같은 가격이다.
스위스엔 가지 않았지만 스위스 초콜릿 린트도 두개 사왔다.
식사 후엔 시립공원으로 이동한다.
시립공원은 요한스트라우스의 바이올린 연주동상을 비롯해 슈베르트 등의 기념상도 볼 수 있다.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고, 작은 호수가에 벤치도 많아서 사람들이 여유를 즐기기에 좋았다.
햇볕이 너무 좋았다.
뭐,
물론 이 볕에 나돌아다니면 결국엔 피부암 유발이겠지만 그래도 따스하니 한가롭고 곳곳에서 현악기 소리도 들리고 정말 좋았다.
광합성을 즐기고 있는 호식이에게 폴짝 뛰어보라고 시켰더니 붕! 날았다.
호식이는 참 움직이는걸 귀찮아한다.
사진찍게 포즈 좀 취해보라고 하면 몸이 뻣뻣해진다.
그런데도 엉덩이 토닥거려주며 요래요래 하라고 시키면 잘 한다.
졸라맨같은 그림자는 호식이 정신연령을 보여주는 듯;;
유럽은 광장과 공원이 참 많다.
도시 한가운데 공원이라니.
사실 도산공원도 도심 한복판에 있는 공원이긴 하다.
그러나 도산공원은 마치 돌담으로 포장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누구나 편하게 들락거릴 수 있는 누구나의 공원이 아니라, 뭔가 경직되고 정돈된 느낌.
삼손 쓰레빠 따위 신고는 자연스럽게 들락거릴 수 없는 분위기가 있다.
심지어 광장 역시 허락받고 들어가야 하는 공간이지 않은가;;
그렇지만 여긴 아니다.
심지어 잔디 밟지 마시오라는 팻말도 없다.
공원 밖을 나오니 힐튼 호텔이 보인다.
호식이는 아쉬운지 힐끔거린다.
호식아, 다음엔 여기서 재워줄게!
시립 공원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성 슈테판 성당으로 이동한다.
가는 동안 오페라 하우스를 비롯하여 빈의 유명한 곳을 스쳐지나간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골을 전시하고 있다는 자연사박물관.
그리스 신전 양식으로 건축한 국회의사당.
지혜의 여신 아테네가 분수 한 가운데 서있다.
네오고딕 양식의 시청사.
우리나라 처럼 겨울에는 시청사 광장에 스케이트장을 열고 있다.
프로이트, 멘델 등 저명한 학자를 배출한 빈 대학.
우수한 명문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대학과는 달리 정문 꾸미는데 취미가 없는 듯 하다.
광고판 하나가 전부다. 굿!
성 슈테판 대성당에 도착했다.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시신 없는 장례식이 거행된 곳이다.
고딕양식의 뾰족탑들이 하늘을 뚫을 듯 솟아있다.
성당 외관을 조심히 살펴보면 그 세밀함에 경외감이 들 정도이다.
호식이는 이건 제정신에 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 했다.
저런 디테일을 표현할 수 있는것, 그리고 파괴와 재건축을 반복하면서도 통일감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종교적 신념과 갈망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정신병적 집착이라고 하였다.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렇다.
내부에 들어서면 높게 솟은 천정과 벽면에 가득 들어찬 스테인드글라스 빛이 화려함을 더한다.
회색의 기둥과 금장식에 위압감을 느낄법도 하지만
성당답게 따스함과 곳곳에 숨어있는 위트있는 장치들이 있어 보는 내내 즐겁다.
나는 벽 기둥에 손을 대보았다.
손바닥 한가운데가 찌릿했다.
아.... 뭐래야하나;;
목욕탕에서 한참 때 밀다보면 얼추 다 밀었을 시점에 쇄골-어깨 부근 어딘가가 찌릿해지는 그 느낌이 손바닥에서 느껴진다고 보면 얼추 비슷할 것 같다.
오래된 건축물에 감동한 것은 아닐테고,
모차르트와 인연이 깊은 곳이라 그런것도 아닐텐데.
성당 와서 전생은 왜 운운하나 싶겠지만,
나도 전생에 여기서 어떤 인연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마저 드는 참 묘한 공간이었다.
안에 들어가 설교단 근처까지 가있는 사람도 몇몇 있는데 대부분은 밖에 머물러 있다.
교단 소속인들만 들어갈 수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가디언들의 통제선 밖에서 조용히 관람을 하고 있었다.
설교단 근처까지 들어간 사람이 전부 중국어를 하는 사람인게 참 인상적이었다.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보면 종교가 언제 한 번이라도 낮은 자들을 보듬고 대변했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벽면 한 쪽에 이렇게 조각되어 있는 상을 보니 한발이라도 더 신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이 보여 안타까움이 들었다.
오죽하면 이런 것을 묘사했을까.
아, 아닌가?
혹시 이게 안톤 필그람이 자신의 모습을 조각했다는 그건가? 문득 궁금;;
엄청난 규모의 파이프 오르간이다.
물론 연주를 들어보진 못했으나 소리는 대략 짐작이 된다.
예전에 다니던 교회에 파이프 오르간을 들여놓았는데, 목사 딸을 제외하고는 누구하나 연주하지도 만지지도 못했던 것 때문에 파이프오르간을 떠올리면 뭔가... 괴리감이 느껴지는 언터쳐블이었는데
이곳에 와서 보니 누군가 연주하지 않아도 소리가 들리는 듯 참 좋았다.
쾰른 대성당의 파이프 오르간이 세계 최고라는데, 언제 한 번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싶다.
성당 한켠에는 관람객들이 소원을 빌 수 있도록 초를 켜고 기도하는 공간을 마련해두었다.
초는 입구 왼쪽 기념품점에서 1유로 안되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물론, 호식이나 나나 누구에게 소원을 빌고 말고 하는 성격이 못되다보니 폼만 잡고 나왔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웨딩 사진에 많은 촛불 앞에서 폼잡는 컨셉이 있었는데 완전 대!!!망했기때문에 아쉬움을 달래보고자 리바이벌 한 것이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상상하지도 못한 규모에 압도된 호식이는 입을 헤에~벌리고 얼척없는 기분을 만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스테인드글라스로 들어오는 빛이 상당히 황홀했나보다.
예전에 전주 전동성당에 갔을때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호불호가 확실해서 좋다.
역대 황제의 장기들과, 흑사병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유골을 안치해놓은 카타콤베에는 들어가보지 못했다.
패키지 일정 상 맞지가 않는다.
가격은 4.5유로 정도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
성 슈테판 성당 개별관광이 끝나면, 가이드가 인근에 있는 면세점에 데리고 간다.
패키지 상품에서 흔히 있는 코스이므로 너무 찡찡대지 않도록 하자.
30평남짓 되는 공간에서 약 30~40분 정도 소요하는 것 같다.
시간이 상당히 아까운 순간이지만 곰곰히 따져보면 주방용품 정도는 거기서 살만하다.
휘슬러 제품을 시중보다 40%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서 고려해볼만 하다.
또, 쌍둥이칼도 지나국 제품이 아닌 젊은이 산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으니 지인들 선물로 고려해봄직 하다.
우리는 가이드 입장도 있고 하여 대강 둘러보는 척만 하다가 화장실에 다녀와서 주변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성 슈테판 성당 옆으로 마차가 지나다니는 21세기에 살고 있다는게 상당히 기분좋았다.
묘하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가슴떨리는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어떤 아줌마가 6유로에 샀다는 선물용 모차르트 초콜렛을 3유로도 안되는 가격에 구매하여 상당히 가슴벅찼다.
성 슈테판 성당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왼쪽에 있는 선물가게에서 구매하면 다소 싸게 구매할 수 있다.
배려를 가장한 강제 면세 쇼핑이 끝나는 시각은 사실 누군가가 무언가를 사는 시각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우리는 얼마 걸리지 않은 것이다.
아주머니들이 밖으로 나와서 언제가냐고 아우성을 했기 때문에 그나마 일찍 나오게 된 듯 하다.
밖으로 나오면 그야말로 자유시간 시작이다.
약 한시간 넘게 자유시간이 주어지는데, 우리는 가장 먼저 자허 토르테(sacher torte)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애초에는 오페라하우스 뒤에 있는 카페 자허에 가려고 했으나,
멀쩡히 두눈 뜨고 구글맵을 읽지 못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카페 'Gerstner'에 갔다.
위치는 성 슈테판 성당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오른쪽 메인 스트릿으로 내려가다보면 왼쪽에 위치해있다.
구글맵에는 Kärntner Straße 13-15 1010 Wien라고 검색하면 되고,
굳이 전화를 하고싶다면 +43 1 512 49 63;;
메뉴판을 보니 유명하다는 멜랑게(melange)와 아인슈페너(einspänner)도 있었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인데,
이 곳은 1847년 4월 24일에 오픈한 곳으로 1873년 부터 궁정에 납품한 전통있는 디저트 샵이다.
주문은 자리에서 받는다.
독일어를 하지만 남미계같은 잘생긴 남자 직원이 주문을 받는다.
손을 살짝 들고 눈을 맞추면 윙크를 해준..다......;;
주문은 영어로 해도 된다.
자리에 있는 메뉴판을 손가락으로 꽁꽁 짚어가며 이야기 해도 눈치껏 다 알아 듣는다.
성격도 남미계를 닮았는지 뭐 하나 시키면 100만년 뒤에 해 줄 기세다.
음식값의 10%를 팁으로 내놓으라고 할때 귓방맹이를 후려칠 뻔 했다.
느리적 거리면서 10%나 달란 말이 나오니?!!!
멜랑게는 커피, 우유, 우유거품으로 구성된 카푸치노와 비슷한데 카푸치노에 비하면 우유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소한 차이가 있다.
스티밍 온도가 적당해서 비린 맛이 나지 않아 좋았고 무엇보다 밸런스가 좋아서 부드럽게 먹을 수 있었다.
가격은 3.5유로.
아인슈패너는 에스프레소 콘파나와 비슷하다.
휘핑크림에 들어가는 설탕시럽 비율을 줄였는지 담백하면서도 은근한 단맛이 있다.
콘파나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티스푼으로 휘핑크림과 커피를 함께 들어올려 먹으면 된다.
아인슈패너 역시 가격은 3.5유로.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서유럽이나 남유럽에 비해 특히 오스트리아는 상대적으로 커피를 희석하고 우유를 섞어먹는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오스만투르크가 비엔나를 점령했다가 물러나면서 폴란드 장교인 게오르그 프란츠 콜시츠키가 전리품으로 커피를 획득했는데 점령군의 음료라는 인식도 있었거니와 빈 사람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던 터라 그때부터 커피를 희석하고 우유를 섞어먹기 시작했다.
커피맛이 왜이러냐는 호식이의 투정에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으니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음미하기 시작했다.
귀염둥이 호식.
자허토르테는 살구잼을 넣은 초코케이크라고 생각하면 된다.
겉면에 약 2mm의 초코 코팅이 되어 있고, 그 아래로 초코케이크, 그 사이에 살구잼이 있는 형태로 단맛과 상큼하게 신맛의 밸런스가 아주 좋다.
가격은 3.8유로.
개인적 입맛으로는 폴란드에서 먹었던 wentzl 초코트러플보다 더 밸런스가 좋았다.
물론 다크초코렛의 진한 맛은 초코트러플이 갑이지만;;
아무튼 인터넷 구매가 가능하고 해외배송도 가능하다.
2주일이 유통기한인데 1주일이면 프레쉬한 상태로 도착한다고 하니 맛보고싶으신 분은 홈페이지 접속 ㄱㄱ
카페를 나와 그라벤(graben) 거리를 걸었다.
궁정에 납품했던 상점과 카페가 남아있는 곳으로 상당히 번화한 거리이다.
거리 가운데는 페스트가 사라진 것을 기념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운 성삼위일체상이 있다.
오늘 저녁은 현지식이므로 당연히 햄버거가 필요했다.
좁은 골목길에 200년 된 건물 지하에 버거킹이 있었다;;
이동네는 뻑하면 200년, 300년이다.
새로 생긴 건물이라며 지은지 50년도 더 된 건물을 소개시켜줄 정도였으니
이방인인 우리는 아주 촌스럽게 우와 우와, 헉, 어머, 으잉?을... 연발했지만
도시 전체가 유적지이며 박물관인데 정작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역사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크게 인식하지 않는 듯 했다.
가진자의 여유같은... 일상속의 자연스러움, 당연함 같은것.
버거킹에서 둘이 쉬하는데 50센트씩 1유로를 지불하고
계단을 올라오는데 왕관이 널부러져 있었다.
조명이 달린 백보드가 포토존인 듯 싶으므로 호식이 머리에 왕관을 올려두고 사진을 찍는데 유럽아줌마가 깔깔깔 웃으면서 지나간다.
호식이가 부끄럽다며 빨리 찍으라고 했지만, 나는 그게 또 귀여워서 밍기적댔다.
자유시간이 끝나고 일행들과 함께 호이리게 정식을 먹으러 갔다.
호이리게 정식은 그 해에 수확한 햇포도로 담근 포도주 Heuer와 함께먹는 식사를 말한다.
우리가 간 곳은 1137년에 문을 연 Alter Bach Hengl.
클린턴 등 유명인사가 다녀간 곳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정말 유명인사는 바로 베토벤.
베토벤이 자주 다니던 곳으로서 실제로 이 곳에서 식사를 하던 중 귀가 완전히 멀게 되었다는 말이 있다.
인근에 베토벤이 살았던 집이 있고, 언덕쪽으로 올라가다보면 모차르트가 잠시 살았던 집도 있으니
호이리게 한 잔에 말랑말랑한 정신으로 밤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
혹시 알아?
바로크부터 고전파로 이어내려오는 선율에 미드나잇 인 오스트리아 한 편 찍을지도!
호이리게라지만 와인 맛을 잘 볼 줄 모르는 나는 뭐... 그냥 술 한 잔 마신 것 외에 다른 의미는 없었다.
패키지이므로 미드나잇 인 오스트리아고 뭐고 갈 수 있는 곳은 호텔 뿐.
가자.
가서 와퍼나 먹자 오늘 현지식도 마찬가지로구나.
오늘 묵을 곳은 Hotel Lenas West.
3성급 호텔이라고 하는데 같은 3성급이지만 Hotel Major나 Hotel Poprad와는 사뭇 다르다.
훨씬 더 낫다는 말이니 안심!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항시 당부하지만 비오킬은 꼭 뿌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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