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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정당의 후보 공천조사가 한창인 때,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호식(好食)이는 기분 전환 겸 멀리 여행을 가볼까 제안하였다.
애초에는 해외로 나가는 것도 고려하였으나, 
여행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굳이 해외일 이유는 없었다.
그래도 서울은 벗어나고 싶었다.

여행 경비와 피로도를 감안하여 최대한 멀리 갈 수 있는 한계를 설정하였고, 그렇게 전북 여행을 계획했다.
3박 4일 일정이며 교통비에 많은 돈을 쏟을 생각은 없으므로
근거리에 위치해있으면서도 전북 내에서도 특색있는 도시를 3곳 선정했다.

그렇게
군산-부안-전주를 여행하는 전북코스를 계획했다.


차는 고속도로 가까운 강남인근 KT에서 신형 SM5를 렌트했다.
3박 4일 렌트, 40% 할인하여 229,800원 결제하였고, 물론 보험료도 45,000원 지불했다.
직원분의 센스로 네비게이션은 무료대여하였다. 




참고로,
우면산 터널을 지나 의왕을 거쳐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해 군산까지 오는 동안 각종 통행료는 6,100원이었다.


서해안고속도로 휴게소에는 특색있는 음식들이 많다고 하여 재미삼아 몇 군데 들러보았다.
가장 처음 들른 곳은 화성 휴게소인데 파주 장단콩으로 직점 순두부를 제조하여 만든 순두부청국장(5,000원)이 일품이라고 한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 간식을 먹었던 터라 순두부청국장은 먹어보지 못했고
주변 경관을 볼 수 있는 산책로와 운동시설 등 편의시설을 둘러보는 것에 만족했다.


 




아, 그리고
호식이가 사진을 찍으려고 앉아있던 자리에 응아 모양의 낙엽이 있어서 남겨보았다. ^ ^


차를 움직여 서해대교 끝에 있는 행담도휴게소로 이동했다.
낙조를 담아보려고 하였으나, 시간도 그렇고 비도 내려서 찍지 못했다.



행담도휴게소에는 해물된장찌개가 일품이라 한다.
그래도 사실 휴게소라면 우동이 최고 아닐까 싶다.
새우튀김우동 하나와 돈가스를 시켜 배부르게 먹고, 알감자구이와 튀긴 어포를 사서 바로 군산으로 이동했다.




장거리 운전을 한 호식이를 위해 군산에서 꽤 유명하다는 핸드드립 카페인 '커피도사와 뽕나무'에 들렀다.
맛있는 핸드드립 한 잔 마시게 해주고 싶었으나 주인장이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베리에이션 음료 두 잔을 주문했다.
다음에 방문하게 되면 꼭, 주인장의 핸드드립커피를 마셔봤음 좋겠다.

다음날 아침 일정은 7시 30분에 문을 연다는 이성당빵집이므로 첫날 일정은 여기까지였다.


그리고 다음날,
우리는 정말 일어나자마자 씻지도 않고 빵집 앞에서 단팥빵과 야채빵을 사려고...;; 아침 7시부터 기다렸다.
심지어 우리 말고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7시 30분에 문을 연 빵집 안에는 단팥빵은 없었다.
준비가 덜 되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트레이와 집게를 들고 전투태세였다.

호식이와 나는 문 옆 테이블에 앉아서 이 충격적인 광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 그리고 첨언하자면 여행 내내 그 충격은 지속되었다.



그리고 그 충격에 더 큰 충격을 준 건, 이 아메리카노 한 잔 이다.

안주인께서 건네신 것인데
호식이와 내가 아침 바람 맞으며 기다린 것을 들으시고는 내어주셨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며,
아침부터 손님이 줄을 지어 빵을 사가는... 어림 짐작으로도 하루만 해도 엄청난 금액을 벌 것 같은 이런 곳에서 
예상치 못한 사람 냄새가 났다.
 



100% 쌀로 만들었다는 단팥빵에는 단팥빵이라는 명칭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의 단팥이 들어있었다.
보통 단팥빵을 먹게 되면 단맛이 강해 하나를 다 먹지 못하게 되는데
이 곳 단팥빵은 보통 단팥빵에 비해 크기가 큼직하고 팥의 양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맛있게 하나를 먹을 수 있었다.
  

다시 숙소로 들어가 채비를 하고 나오니 10시가 다 되었다.
빵으로 요기를 했고, 점심 먹기도 이른 시각인지라 군산 내항으로 이동했다.



군산 내항은 일본의 침략을 생생히 기억하는 듯 했다.

호남의 곡창지대에서 군산으로 이동시킨 쌀들을 언제든지 일본으로 실어나르기 위해 만들었다는 뜬다리는
학생때 시험용으로 암기하던 뜬다리와 그 느낌와 의미... 모두 달랐다. 


내항을 둘러보고나니 시간이 11시 가까이 되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군산의 명물이라는 복성루로 향했다.

11시 오픈이라 하였지만 이미 대기열은 건물을 한바퀴 감을 정도였다.
우리도 그 줄에서 그렇게 1시간 30분을 기다렸다.
서울이라면 무엇을 먹기 위해 그렇게 줄을 서는 '짓'은 하지 않았겠지만 여행지라 그런지 기다리는것도 재미가 있었다.



짬뽕(6,000원) 맛을 보니
기다린 시간에 비해 맛이 형편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12시 40분이 넘어서야 맛을 본 짬뽕은 기다린 시간과 맞바꿀만 했다.
돼지고기 비린내도 나지 않았다.  

짬뽕을 처음 입에 넣은 호식이의 초롱한 눈빛이 생생하다.


짬뽕을 먹고 여유가 생기니 이성당 빵집에서 야채빵을 사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아침의 광경이 꽤나 충격적이었나보다.

다시 들른 이성당 빵집의 광경은 아침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국민학교때 뉴스에서 소련 국민들이 빵을 사기위해 서로를 밀치고 소리를 치던 광경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나 역시 체구 큰 남자에게 옆구리를 강타당하기도 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온 그녀석은 1인 야채빵 구입한도인 10개을 구입했지만 
호식이와 나는 맛만 볼 생각이었으므로 2개만 구입했다.



야채빵 맛을 보았다.
야채 다져넣은 빵이 아니라 
정말 야채빵이었다.
햐아~ 그거 참, 충격이었다.

필름 다섯롤을 사서 다시 군산내항 인근에 있는 조선은행을 거쳐 근대역사박물관으로 향했다.
조선은행은 재정비 중이므로 현재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근대역사박물관은 해양물류역사관, 근대생활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군산의 과거와 현재를 잘 설명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수탈의 현장이었던 내항과 배불리 먹으며 조선인을 수탈했던 일본인들의 주거지의 중심에 세워져 있어서 
그 의미는 물론 방문객의 접근성과 동선을 고려한 점도 좋았다.



특히 근대생활관은 체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어서 아이와 함께 오면 더욱 좋을 것 같았다.

근대역사박물관을 나오면서 바로 옆 옛 군산세관을 거쳐 해망굴을 들렀다가 히로쓰가옥으로 가보았다.
히로쓰가옥은 일본 무사의 고급 주택을 본 따 지은 목조주택으로서 내부를 보니 보존 상태도 상당히 우수한 편이었다.
하지만 보존 상태가 우수하고 말고를 떠나서
우리땅에서 나는 것으로 배를 채운 일본인들이 그 부를 주체하지 못해 지은 것 같은 호사스러움도 느껴졌다.
금고가 딸린 방을 보니 더욱 그러했다.
호식이는 이런 일제잔재들을 유지보수하는데 돈을 쓴 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도 일면 동의하지만, 그 나름의 중요한 의미를 담고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방문객들이 그 가옥의 외관이나 구조, 정원 등을 보고 '좋다'고만 느끼지 않길 바랄 뿐이다.


히로쓰가옥을 나와 동국사로 향했다.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으로서 에도시대 건축양식으로 지어졌다.
의외로 단촐했다. 

동국사에 모셔진 석가삼존불은 해방 이후에 김제 금산사에 대장전에 있던 벽암 각성스님이 만든 삼존불상이라 한다.
일본 승려가 세운 사찰에 임진왜란 때 승병장을 지낸 스님이 만드신 불상을 모신 동국사
어쩐지 부인이 둘인 집 처럼 불안정해 보였다.



사실 군산에서 본 지정 문화재들이 정말 '문화'재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렇지만 역사는 부끄럽던, 아프던간에 그대로 기록하고 남겨 후대에도 알려야할 의무가 있다.
 
나중에 아이가 크면 다시 한 번 들러야 겠다.